'로빈 후드' 축구선수의 커리어

'로빈 후드' 축구선수의 커리어



Rabona, Musa Okwonga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 중에는 빅 클럽들의 구애를 마다하고 특정한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은퇴까지 하는 일명 ‘원팀맨’ 이라고 불리우는 선수 들이 있다. Musa Okwonga는 이러한 선수들의 삶을 되짚어 보려한다.



축구계에는 특별한 부류의 선수들이 있다. 이러한 선수들은 뛰어난 능력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선수 생활의 대부분 혹은 전체를 그들의 능력과 비례하지 않는 팀에서 보낸다. 대게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겠다 거나 두려움에 갇혀 톱클래스 레벨에 도전하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을 때도 있지만, 우리는 이들을 은혜롭게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선수들은 큰 도시의 대형 로펌에 소속되어 떼 돈을 벌어들이는 변호사들보다 변두리에서 자신만의 로펌을 운영하는 변호사들과 비유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을 ‘로빈 후드' 유형의 선수라고 칭한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를 예로 들어보겠다. 현관문을 발로 차도 문이 부서질 것만 같은 강력한 슈팅 능력을 가지고 있던 바티스투타는 유럽 최고 구단들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성기를 피오렌티나에서 보냈다. 당시 이탈리아의 세리에 A 는 질식수비 축구로 유명했는데 바티스투타는 상대들의 촘촘한 수비 축구에도 불구하고 매 시즌 20골 이상을 넣었다. 근래의 공격적인 축구와 옛 시절을 비교해 봤을 때 바티스투타가 현재 현역 선수라면 매 시즌 40골 이상은 넣었을 것이다. 비록 피오렌티나가 리그 및 국제 대회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바티스투타는 자신의 훌륭한 개인 능력 덕분에 피파 올해의 선수상 3위를 기록 하기도 했다. 이후 세리에 A 우승을 위해 AS 로마로 이적하긴 했지만, 바티스투타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팀의 레전드였다. 피오렌티나를 향한 바티스투타의 사랑은 그가 팀의 명예의 전당에 임명 됐을 때 증명됐는데, 그는 “피오렌티나에 입단한 순간부터 팀의 역사 한 켠에 자리 잡고 싶었는데 이로써 저의 목표가 이루어 진 것 같습니다” 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바티스투타는 피오렌티나에서의 시간을 사랑했다 –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고대 건축물이 곳곳에 있는 도시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그의 행보를 바탕으로 그의 미래를 얼핏 예측 할 수 있었다. 리그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은 사실상 한정 되어 있기 때문에 타 팀의 톱클래스 선수들은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입증시키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간단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빅클럽의 그저그런 선수로 전략하거나, 그 보단 작은 클럽의 왕이 되거나.




매튜 레 티시에 선수는 바티스투타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는데, 그는 올드 트래포드나 타 빅 클럽에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을 사우스햄튼에서 온전히 보내기 위해 걷어 차버렸다. 그는 팀의 중심이 되어 강등권 싸움을 자주 펼쳤는데, 은퇴 할 때 쯤 그는 540경기에서 209골과 수많은 도움을 기록한 선수로 남았다. 그는 바티스투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팀을 집처럼 여기는 환경에서 레전드가 되길 원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선수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릴 필요가 있다. 레알 베티스의 신성으로 불리우던 호아킨이나 세비야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선수의 예를 봐도 빅 클럽으로의 이적이 곧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이적 후 예전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틀레틱 빌바오의 후렌 게레로 선수와 같이 팀에 남아 팀을 최고로 끌어 올리겠다는 도박(?)을 감행한다면 때론 프란체스코 토티처럼 팀의 진정한 레전드로 남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친정팀에 남아있을 때 위험 요소가 더 클 수도 있다. 특정 팀에 어린 나이로 입단했거나 온가족이 전통적으로 그 팀의 팬인 선수들의 어깨에는 그 무엇보다 무거운 짐 또는 홀로 감당하기 힘든 책임감이 따를 수 있다. 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대한 디에고 시메오네의 충성심이나 에스투디안티스에 대한 후안 베론의 충성심과 같은 것이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시메오네와 베론은 한 때 이 팀들의 로빈 후드였는데, 그들의 여정은 그 어떠한 것보다 힘들었을테지만 그만큼 또 재밌었을 것이라는건 틀림없다. 바티스투타나 레 티시에, 그리고 토티가 존경 받는 것 처럼, 그들의 여정은 그 누구의 것보다 보람 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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